나이에 비해 빠르다는 착각

June 29, 2025

개발 공부를 시작한 지 벌써 4년이 되었다.

처음 개발을 배운 건 2021년 여름, 창업 동아리에 들어가면서였다. 그곳에서 프론트엔드를 배우고, 팀원들과 함께 창업도 경험해봤으며, 운이 좋게도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하며 2년 반의 실무 경력도 얻었다.

그동안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언제나 "벌써?", "그 나이에?" 같은 표현이었다. 항상 '나이에 비해 빠르다'는 식의 칭찬이었다.

내가 처음 들어갔던 창업 동아리는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이 창업보다는 취업을 목표로 한 사람들이었다. 운영진부터 회원들까지 대부분 3~4학년이나 취업 준비생들이었기에, 갓 2학년 1학기를 마친 나는 당연히 까마득한 막내였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나에게 자주 "벌써 이런 동아리를 하네?", "그 나이에 이런 동아리에 들어온 건 정말 대단하다."라는 자주 말을 건넸다. 그들의 진심이었는지 아니면 자신들의 늦은 시작에 대한 후회를 돌려 표현한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긍정적인 피드백이었다.

취업 준비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멘토링을 받을 때마다 돌아온 피드백 역시 "어린 나이에 정말 대단하네요", "지금 이 속도면 계속 잘 될 거예요" 같은 말들이었다. 실제로 나의 이력서를 객관적으로 봐도, 내 나이대에 비해 많은 경험을 한 건 사실이었다.

취업 이후엔 이런 말들을 더 자주 들었다. 나는 회사에서 막내였고, 동료들과 나이 차이가 꽤 컸다. 하지만 일을 할 때면 나이가 아니라 실력이 중요하다는 걸 금방 깨달았다. 하지만 아쉬웠던 점은, 내가 잘해냈을 때의 칭찬 역시 늘 나의 나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점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어쩌면 이 글은 그저 자랑처럼 보일 수도 있다. "뭐야, 결국 어린데 잘한다는 걸 자랑하려고 쓴 글이야?"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생각에는 아주 큰 착각이 있다.

바로 '어리다'는 것도, '잘한다'는 것도 결국은 상대적인 개념일 뿐이다.

만약 나의 꿈이 평범한 개발자로 평범한 일상을 보내며 평범하게 은퇴하는 것이라면, 지금 나는 충분히 어리고 잘하고 있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꿈은 평범함에 있지 않다. 나는 뛰어난 개발자가 되고 싶고, 뛰어난 사업가가 되고 싶으며, 언젠가는 시간적이고 금전적인 자유를 누리며 이른 은퇴를 하고 싶다.

그 목표와 기준에서 바라본다면, 나는 결코 어리지도 않고 잘하고 있지도 않다. 아직 부족한 점이 너무 많고, 더 갈 길이 멀다.

돌아보면 내가 정말 아쉬웠던 것은, 나의 나이를 오히려 단점으로 여겼다는 점이었다.

나는 종종 스스로 주눅 들었다.

"나는 어리니까 내가 놓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

"여기선 내가 의견을 내지 않는 게 맞겠지. 어차피 더 경험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맞을 테니까."

어린 나이는 내게 일종의 변명의 구실이 되었고, 나서야 하는 순간에 오히려 뒤로 물러서게 만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AI 스타트업 Scale AI의 창업자 Alexandr Wang의 이야기를 접했다. 그는 자신이 어리다는 점을 전혀 단점으로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자신이 어리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사람들이 자신을 어린 나이로 바라보는 그 시선 자체를 즐겼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지난 나의 순간들이 떠올랐다.

"만약 나도 나의 나이를 단점이 아니라 강점으로 생각했더라면 어땠을까?"

사실 나이가 어리다는 건 더 유연하게 도전하고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린 나이에는 미숙함이나 실수가 훨씬 관대하게 용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 기회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스스로 나이를 약점이라 규정해버렸다.

내가 그동안 받아온 피드백들은, 단지 내가 있었던 환경 안에서의 상대적인 평가에 불과했다. 같은 공간, 같은 기준 안에서는 빠르고 잘해 보였을지 몰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제한된 시야에서의 평가였다.

내 목표는 이보다 훨씬 높고 명확하다. 그 목표를 생각하면 지금 나는 안주할 여유가 없다.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이제 완전히 떨쳐내야 한다.

나는 더 이상 어리지 않다.